김태준목사
  프란시스 쉐퍼의 영성
  

                프란시스 쉐퍼(Francis Agust Schaeffer)의 ‘라브리’ 영성
  
 프란시스 쉐퍼(1912-1984)는 미국 동부의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는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아버지 밑에서 잡다한 노동을 하면서 자랐다. 10대 후반기에는 교회에서 인생의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으나, 만족할만한 답을 얻지 못하자 회의에 빠지고 불가지론자가 되어 교회를 떠났다. 그 후, 그는 버지니아주 소재의 햄프든-시드니 대학(Hampden-Sydney College)에 진학하여 탁월한 그리스도인 스승들을 만나 신앙과 철학의 지도를 받으면서, 그의 타고난 천부적 지적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1947년 쉐퍼는 그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유럽교회 탐방을 하게 되었고, 귀국 후 그의 아내 에디트(Edith)와 세 딸들을 데리고 선교하기 위하여 스위스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국제기독교교회협의회 창립을 도왔다. 선교활동 중인 1951년에서 1952년에 걸쳐서 쉐퍼는 자신의 영적문제를 돌아보고, 자신의 소명의 확신과 헌신적인 삶의 결단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 그의 이러한 새로운 깨달음과 헌신의 결단을 간증하고 있는 책이 ⌜참된영성⌟(True Spirituality)이다.    

 쉐퍼의 고민은 그리스도인의 역사적 입장과 가시적 교회의 순수성에 관한 것이었다. 쉐퍼의 이러한 고민은 정통 기독교 신자들의 신앙과 삶 속에 성경말씀에 따르는 진정한 실천과 경건의 삶이 매우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과 동시에 자신에게서도 처음 신앙생활을 할 때보다 순수한 헌신과 열정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발견한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래서 쉐퍼는 자신의 신앙과 영성을 돌아보기 위해 산과 들을 산책하면서 심각하게 고민하고 사색에 잠기게 되었다. 그런데 어거스틴(Augustine)과 루터(M.Luther)처럼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 성령의 임재하심으로 찬송과 기쁨이 그의 심령 깊은 곳에서 샘솟아난 영적 체험을 하게 되었고, 그는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새로운 헌신을 하게 되었다.

 쉐퍼는 이때의 영적 경험을 “정말 흥미롭게도 나는 여러 해 동안 한 줄의 시도 쓰지 않았지만 그 기쁨과 찬송이 흘러나올 때에 나는 시(詩) - 확신, 삶에 대한 긍정, 감사, 찬양의 시가 다시 한 번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것을 발견했다. (중략) 그 시는 내게 경이로웠던 나의 마음속의 노래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바로 이것이 과거와 현재의 라브리 공동체의 실질적인 토대이다”라고 말했다. 쉐퍼는 1953년에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346회에 걸쳐 진정한 영성이 무엇이지를 강의하였다.  

 쉐퍼의 영성은 그의 라브리(L'Abri)공동체 사역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라브리공동체는 1955년부터 시작되어진 것으로 보여 진다. 이 라브리공동체는 쉐퍼의 가족이 그 해에 스위스 알프스의 가파른 산등성이에 있는 산장으로 이사 온 이후 점차 발전해 나간 것이다. 라브리는 불어로 ‘영적 은신처’라는 의미이다. 쉐퍼는 라브리를 “영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특히 삶의 의미와 목적을 알아내려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 누구나 맞붙어 싸우기 마련인 기본적인 철학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들의 영적 은신처이다”라고 설명한다.  

 라브리는 거룩한 낭만이 있는 사역의 현장이었다. 그래서 중세 수도원의 엄격성과 금욕주의적 타율적 규율이 지배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밤이 오면 알프스에서 얻은 장작들을 벽난로에 넣어 그윽히 피워놓고 복음의 풍성함을 나누며, 삶의 기쁨을 맛보며, 하나님을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자율적이고 균형 잡힌 영성이 지배하는 영적 공동체였다. 라브리 사역은 어느 날 쉐퍼의 큰 딸 브리스길라가 몇몇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었는데, 그들 서로간에 풀리지 않는 하나의 문제를 가지고 쉐퍼를 찾아오게 되었고, 대화와 상담의 탁월한 은사가 있는 쉐퍼가 그들의 문제를 대화를 통하여 풀게 해 주었다. 그 이후 쉐퍼에 관한 소문이 퍼져 마침내 수많은 젊은이들이 모여들었고, 영적 대화의 모임이 진지하게 시작되었으며, 토론, 상담, 기도를 통하여 신앙과 삶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게 되었다.

 라브리 공동체의 사역을 위하여 쉐퍼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세웠다.

(1) 우리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사람들을 우리에게 보내 주시고, 거저 스키를 타러 오거나 개방된 가정을 이용하기만 하려는 사람들은 오지 못하도록 막아 주시기를 기도 하겠다.

(2) 우리는, 하나님께서 주마다 달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과 당신이 우리를 돕도록 보내 주시는 사람들을 위한 음식 등을 제공할 충분한 돈을 주시도록 기도하겠다. 우리는 영육간의 모든 양식을 찾아오는 모든 손님에게 거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 우리는, 우리가 계획을 세우지 않고 여러 모로 하나님의 활동 계획을 알려 달라고, 하나님의 직접적인 인도하심을 위해 기도하겠다.

(4) 우리는 또한 만일 이 일이 커 간다면, 우리가 광고하거나 우리를 도울 사람을 구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하나님께서 택하신 일꾼들을 보내 주시도록 기도하겠다.

 쉐퍼는 기도의 영성과 생활의 영성을 통하여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삶과 일 속에서 실증적으로 체험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를 원했다. 말하자면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하게 하기를 원했다.  

 쉐퍼의 영성은 기도의 영성이면서 동시에 전인격적이며 전우주적인 영성이다. 쉐퍼는 하나님이 만유의 창조주와 통치주(만유의 주와 만왕의 왕)되심을 믿는 다면, 우리는 당연히 우리의 인격과 교회안과 밖(전우주와 전인류)에 미치는 주님의 통치를 알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쉐퍼는 “참된 영성은 실재의 모든 것을 포괄한다...그리스도의 주되심은 삶의 모든 것을 포괄한다. 참된 영성은 삶의 모든 부분을 포괄할 뿐만 아니라, 삶의 다양한 모든 부분을 동등하게 포괄한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그리스도인의 영성은 따로 떨어져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우주관의 통일성과 관련되어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쉐퍼의 영향을 받은 그의 아내 에디트도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에는 전인격이 포함된다. 하나님과 사귀어 산다는 것에는 전생활이 포함된다”고 했다.


 쉐퍼의 신앙과 영성은 그의 삼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거기 계시는 하나님⌟(The God Who is There), ⌜이성에서의 도피⌟(Escape From Reason), ⌜거기 계시며 말씀하시는 하나님⌟(He is There and He is Not Silent)에 잘 나타나 있다. 쉐퍼의 신학은 칼빈주의요, 그의 영성은 교회 안과 밖에 충만하신 하나님의 영광과 통치를 믿는 것이다. 쉐퍼는 그리스도와 문화를 동일한 차원에서 보지 않고 대립적 관계에서 보며, 양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서로 논쟁시키면서 복음 안에서 문화를 통일시키려 했다.

 쉐퍼는 토마스아퀴나스 이후 자연과 은혜를 분리한 기독교 사상을 배격하고, 정신계와 물질계의 이원화를 배제하고, 신학과 타 학문 사이의 분열을 멈추고, 복음과 문화를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하려고 시도했다. 이러한 쉐퍼의 복음과 문화의 이해를 문화적 변증학(cultural apologetics) 혹은 문화적 전도법(cultural evangelism)이라고 부른다. 쉐퍼는 코넬리우스 반틸(Cornelius Van Til)의 변증학보다 더 일반은총을 강조한다.

 문화적 변증학이라는 것은 예수께서 유대지도자들(마 12:1-37)이나 사마리아 여인(요 4:1-26)에게, 바울이 루스드라(행 14:8-20)나 아덴(행 17:16-34)과 아그립바 왕(행 25:13-27)에게 전도할 때 사용했던 것처럼 복음을 듣는 사람들의 문화를 중심으로 그들이 갖고 있는 전제를 대화의 접촉점으로 삼고 토론을 전개하는 것이다. 쉐퍼의 문화적 변증법은 두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째는 긴장감(tension)의 단계이며, 둘째는 논리적 결론(logical conclusion)의 단계이다. 첫째 단계인 긴장감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의 신앙과 철학과 인생관을 파악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논리적 결론의 단계에 이르기 위해 대화를 통해서 밀어붙임(pushing)으로 상대방이 안주하고 있는 전제와 방어막(사상과 신앙의 포로)을 지붕을 제거하듯이 제거하면서, 호랑이 등에 타는 기분으로 죽기 아니면 살기로 진지한 대화를 통해서 상대방을 도덕적 죽음에 이르도록 대화를 전개해 나가면서 결정적 순간에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쉐퍼의 라브리 공동체는 이러한 그의 신앙과 사상을 실천한 영성의 현장이었다. 그의 저작들은 인생의 진정한 순례자의 길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예배당에 갇혀 버린 영성이 아니라, 삶의 현장 전체 영역과 우주와 자연에 미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영성은 골방기도의 영성일 뿐 아니라, 삶의 현장 영성, 우주적 영성, 공동체의 영성과 일치하는 영성이다. 쉐퍼는 20세기의 진정한 칼빈주의 청교도 신앙가였다. 그는 기도와 사랑의 실천가였고, 라브리에 가는 사람들은 그의 그러한 영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인쇄하기] 2016-06-14 11:44:40

이름 : 비밀번호 :   


     
  


관리자로그인~~ 전체 6개 - 현재 1/1 쪽
번호
제목
이름
파일
날짜
조회
김태준목사 2016-06-14 878
5 김태준목사 2016-06-14 730
4 김태준목사 2006-12-19 5348
3 백종희목사 2006-06-03 2249
2 김낙주 2005-04-23 1833
1 담당자 2005-03-24 165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