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는 직장인들의 연말정산을 놓고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교회도 연말정산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혹시 교회의 연말정산이라는 말을 들으면, 교인들에게 연말정산에 필요한 기부금납입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교회의 연말정산은 ‘이자소득세 환급’을 의미한다. 교회마다 재정을 관리하기 위한 통장이 개설되어 있고, 그 통장의 잔고에 따라서 이자가 발생할 때마다 15.4%의 이자소득세가 원천적으로 징수된다. 물론 어떤 경우에는 그 액수가 미미해서 예사롭게 넘길 수도 있지만, 만약 어떤 교회가 특별한 고유의 목적을 위해서 적립금을 쌓아가고 있는 상태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심지어 예배당 건축으로 인하여 상당한 대출을 받기 위해서 은행의 요구대로 소위 ‘꺾기’라고 일컬어지는 방식의 적금을 가입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때도 적금의 이자에 대한 소득세가 원천 징수된다. 몇 년 전에 필자도 우연히 교회 명의로 된 통장 전체에 한 해 동안 원천 징수된 이자소득세를 합산해 보고는 깜짝 놀랐다. 결코 적지 않은 액수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이곳저곳에 문의하면서 교회가 원천 징수당한 이자소득세를 전액 환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해마다 200만원이 넘는 돈을 국세청으로부터 전액 환급받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가 이미 원천 징수된 이자소득세를 전액 환급받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무엇인가?
첫째로 필요한 것은 교회의 ‘고유번호증’이다. 이것은 교회가 정관을 간단하게라도 만들어서 지역 세무서에 요청하면 즉석에서 발급해 준다. 이때 주의할 점은 고유번호증의 업종을 분류하는 가운데 두 자리 숫자가 ‘82’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주변의 여러 교회들을 살펴본 결과 ‘89’로 분류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것은 개인사업자에 해당되기 때문에 세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 고유번호증을 세무서에 신청할 때 ‘수익사업을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 및 국가 기관 등’에 해당되는 ‘82’로 표기될 수 있도록 해야 된다. 혹시 이미 발급받은 교회의 고유번호증이 ‘89’에 해당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변경하는 것이 좋다.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은 해마다 교회가 예산을 수립할 때 이자소득세 환급을 ‘수입항목’에 포함시키고 또한 ‘지출항목’에도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된다. 이때 이자소득세 환급액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고, 구제나 선교처럼 교회의 고유목적에 부합되는 지출 항목에 그 금액을 포함시키면 된다.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교회가 거래하는 금융기관에 가서 ‘전년도 이자소득세 원칭징수 확인서’를 발급받는 것이다. 이것도 즉석에서 아무 비용 없이 발급된다. 그런 후에 가까운 세무사 사무소에 찾아가서 세 가지 서류-이자소득세 원친징수 확인서, 교회의 고유번호증, 환급받을 교회명의 통장사본-을 제출하면서 위임하면 되거나, 국세청의 홈페이지를 통해서 직접 신청할 수도 있다. 매년 3월 말까지 신청하면 4월 중에 환급된다.
필자가 시무하는 교회는 해마다 이렇게 해서 환급받은 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지정기탁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해 주지 않는다. 교회가 해마다 3월 말까지 이자소득세 환급을 신청하지 않으면 국세청은 금융기관을 통해서 원천징수한 것으로 확정 처분을 하고 만다. 전국의 교회 중에서 1만교회가 10만원씩만 환급받아도 무려 10억 원이 되는데, 해마다 그 돈을 구제나 선교에 사용한다면 얼마나 유익할지 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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